내가 이걸 왜 샀을까-
6살 둘째가 처음 컬러 비즈를 접한 건 캐치티니핑.. 영어 놀이 수업 가는 길에 있는 작은 가게에서 앞에 내걸고 파는 걸 보고서는 하도 사달라고 사달라고 해서 캐치티니핑 믿어핑, 조아핑 등 총 3개를 사서 만들었었다. 크지 않았고 컬러가 거의 한 톤이라 복잡하지 않아서 조금 시간이 걸려도 아이 혼자 만들 수 있는 정도였다. 그 이후 컬러 비즈에 재미를 들인 아들은 다른 컬러 비즈도 사달라고 사달라고~ 이왕이면 아이가 좋아하는 포켓몬스터 컬러 비즈면 좋겠다는 생각에 나는 또 굳이 열심히 검색을 하여 포켓몬 컬러 비즈를 찾아내고야 말았다.
찾지 말았어야 한.. 포켓몬 컬러 비즈.. 휴대폰으로 상품을 보여주는 순간 사달라고~~ 2만원이 넘는 가격대에 이전에 샀던 3천원 짜리 비즈와는 비교가 안되는 컬러 종류와 비즈 양... 그래 맘껏 해봐라 하는 마음으로 주문 결제를 했었다.
왠만한 컬러 비즈 제품에는 무료 도안이 포함되어 있는데 도안 종류가 다양해서 포켓몬 캐릭터 중 아이가 원하는 캐릭터가 많은지 선호하는 캐릭터나 컬러 위주로 잘 보고 결정해야 한다. 대형 도안이 많아서 안 사고 싶었지만 둘째는 이미 메가 에볼루션 테마에 꽂혔고 어쩔 수 없이 이걸로 주문했다. 막상 제품을 받고 도안을 펼쳐보니... 도안 사이즈가 차원이 달랐다. 이건 6살 둘째가 할 수 없는건데 어쩌지.
비즈 케이스의 컬러 비즈 종류와 양도 어마무시.. 이걸 보며 나는 아 이거 쏟으면 어쩌지. 설마 그럴 일은 없겠지 싶으면서도 너무 갑자기 레벨업 해서 큰 걸 사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의 걱정과는 별개로 신이 난 둘째.. 바로 하나를 만들겠다며 팔을 걷고 나섰다. 그래 해보자 한 번.
아쉬웠던 건 그레이, 블랙, 화이트 컬러도 꼭 쓰이는 컬러들인데 케이스에 다 담기지 않아 따로 보내줬다는 거. 아이가 비즈를 할 때 따로 그릇에 담아서 준비를 해줘야해서 좀 번거롭긴 했다. 추가 비즈 판은 사지 않았는데 2개가 기본으로 들어 있었다.
컬러 비즈 외 구성품은 이 정도~ 핀셉 2개와 다양한 컬러의 고리들, 비즈판 2개와 다림질 할 때 필요한 기름 종이가 있었다. 비즈판 크기가 이전 것과 사뭇 다르고 심지어 대형 포켓몬 컬러 비즈를 하려면 저 만한 사이즈 총 4개를 합쳐서 해야 한다는 설명을 보고 정말 후덜덜.. 우리는 판 2개 밖에 없지만 더 사진 말아야겠다 다짐했다.
둘째가 처음 해보겠다고 정한 캐릭터는 바로 이상해꽃~ 그래 한 판에 꽉 차는 정도이니 한 번 해봐라~ 하고 도안과 비즈판을 잘 고정해주고 아이가 혼자 할 수 있도록 세팅해주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컬러가 워낙 다양해서 첫 비즈로 하기엔 좀 어려운 캐릭터가 아니었다 싶다.
보기엔 예쁘고 기분까지 좋아지는 컬러 비즈. 곱다 고와. 물론 아이와 앉아서 눈 빠지게 비즈 꽂다보면 다 버리고 싶어지긴 하지만 말이다.
처음 시작은 이렇게 집중하며 앉아서 이상해꽃을 하나씩 완성해갔다. 하지만 비극의 시작은... 절반 정도 완성된 상태에서 그냥 두었다가 나중에 실수로 이 판을 엎어서 꽂았던 비즈가 모두 카페트로 떨어지고.. 아이는 울고.. 나는 아이를 달래며 같이 힘내서 해보자! 하고는 내가 절반 이상을 다 했다는 슬픈 이야기.. ㅎㅎㅎ 웃프다 정말. 이러다가 노안이 빨리 오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페이퍼 블레이드 팽이 종이 접기 할 때 만큼 눈이 아팠지만 꾹 참고 이상해꽃 컬러 비즈를 아이와 함께 완성했다.
그렇게 완성된 둘째의 이상해꽃과 첫째가 만든 전설 포켓몬.. 이름은 모른다. 이것 역시도 내가 조금 도와주웠다. 도와주지 않으면 좀 하다가 말아 버리는데 그러다가 또 툭 건드리면 와르르 비즈가 쏟아질 것 같았다. 흐흐흑.
내 지분이 많은 포켓몬 컬러 비즈.. 양면 모두 찍어보았다. 아이들이 좀 크고 큰 작품을 만들고 싶어 하면 괜찮겠지만 아직은 소소하게 작은 거 하나 만들고 끝내기 좋은 단품으로 살 걸 그랬다. 비즈 퀄리티도 좋고 컬러감도 다 좋은데 다만 아직 의욕만 앞서는 6살에게는 이른 감이 있는것 같다. 8살에게도 그렇고!